나는 볼빨간 사춘기가 너무 좋다
음악이 정말 너무 취향인 것도 있지만
멤버들도 너무 귀엽고 그렇다
지난 2020년에 우지윤이 탈퇴하면서 안지영 혼자 남게 되었는데
팬으로서는 많이 아쉬운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순두부 멘탈인 안지영과
별명이 부처였던 우지윤은 팀으로 찰떡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탈퇴 이후 정말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2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어느정도 정리가 된것 같아
한번 이야기를 해본다
안지영도 그렇고 우지윤도 그렇고 둘다 싱어 송라이터 이기 때문에 노래로 음악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안지영은 예능에서 가사 작업을 어떻게 하는지 공개한 적이 있는데 거의 일기장에 가까운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인터뷰 등의 직접적인 언급 보다도
곡 속에 좀더 깊이 깊이 우려낸 속 마음이 숨어있다고 생각함
물론 사람은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이 있고 노래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2020년 이후 볼사 노래 중에 관련이 있다고 느낀 두곡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낯선아이의 가사에 대해서는 이미 기사들이 많으니 패스.
암튼 그 두곡은
‘카운슬링’ 이라는 곡과
최근 발매된 ‘별’ 이라는 곡이다
카운슬링은 우지윤 탈퇴 직후 발매된 앨범의 수록곡으로 안지영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인트로가 인상적인 곡이다.
그러니까요 근데 미워하고 싶지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가 않은 것 같아요
미워하는 사랑이
사랑에 대한 내 감정이 솔직해지지 못해진지가 꽤 된 것 같아요
음 네, 그런 것 같아요
마음이 너무 아픈거죠 그냥
곡 제목을 생각해 보면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이 상담을 받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저 ‘사랑’이라는 부분은 어떻게 들으면 ‘사람’ 으로도 들리기 때문이다. 솔직히 ‘미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가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가사와 곡의 분위기는 누군가와 틀어진 사이 때문에 아프고 서운하고 돌이키고 싶으면서도 이미 받은 상처 때문에 체념한 듯한 우울한 분위기가 진하게 흘러 나온다
가사는 많은 부분이 반어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이제 난 아무 말 하고 있지 않아요
내 얘길 하는 것이 너무 지겨워
나는 그들과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데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나는 좋은 추억을 갖고 있어요
한때 정말 행복했던 것 같아요
눈앞에 쟤처럼 아니 그 애처럼 살고 싶어요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아
샘을 내고 있진 않아요 샘이 좀 나긴 했지만
부러워하지는 않아요 서운하긴 했지만
아쉽다 말하라는 것 같아
미안하다 말하라는 것 같아
Ooh 난 아냐 ooh 난 아냐
걘 요즘 어떻게 지낸대
혹은 누구랑 사귄대
나는 아무렇지 않아요
그냥 그저 살고 있어요
난 요즘 생각을 좀 한대
시끄러 나 살기에도 바쁜데
내가 불행하길 바란 건지
날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
정말 행복했었지만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는 것
그 애 처럼 살고 싶다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
샘을 내진 않지만 샘이 난다
부럽지는 않지만 서운하다
나는 아쉽지도 미안하지도 않아
나는 너에게 관심도 없고 바빠
이런 가사들에서 화자의 이중적인 감정이 진하게 드러난다
돌아가고 싶고 화해하고 싶고 미안하지만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너 내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너에게 너무 화가나서 이젠 거의 체념해 버린 상태
안지영의 이런 츤데레 같은 성격은 초기 수록곡인 ‘싸운날’ 이라는 곡에서도 드러난다. 훨씬 귀엽고 솔직한 느낌이지만
카운슬링은 정말 너무 우울하다. 시작하자 마자 나오는 독백이 특히 그렇다. 제목부터 대놓고 우울증을 상담받는 사람의 느낌을 준다.
그럼 이번 수록곡인 ‘별’은 어떨까?
안지영은 우지윤 탈퇴 후에 계속 앨범을 내긴 했지만 잠깐의 휴식기를 가졌다. 그리고 앞으로는 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다.
어느 정도 마음을 정리했다는 거겠지.
그리고 이번 수록곡인 별에서 그런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별의 가사를 보자
방 문을 잠궈
주저앉아 두 눈을 가려
도망칠 수 없이
멀리 와버린 것 같아 나
소중했던 거 내가
꿈처럼 바랬던 것들도
놓아줄게 포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나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된다면
가끔은 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게도 한 번쯤 가장 빛나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며 잠들 수 없는
밤을 지새워요
한참을 걸어
주저앉아 노을을 보며
되돌릴 수 없이
멀리 와버린 것 같아 나
사랑했던 거 버릴 수 없어
꼭 안았던 것들도
놓아줄게 포기할 수 있을 것만 같아 나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된다면
가끔은 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게도 한 번쯤 가장 빛나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며 잠들 수 없는
밤을 지새워요
내게 하루만 더 시간이 있다면
그때 마지막으로
난 잠시 뒤돌아보려 해요
흐릿해져 잘 안 보이지만
나는 괜찮아요
별처럼 오랜 시간만큼
빛이 날 테니까요
이 곡도 시작은 우울하다
방 문을 잠그고 우는 장면으로 시작하니까
하지만 마지막에 나는 괜찮아요 라는 가사가 보인다
가사 안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만큼 이 곡의 가사는
오래 생각하고 느끼고 결정한 것들을 정리해서 써낸 것 같다.
좀 더 살펴보자
1절과 2절의 도입부는
예전에 가졌던 꿈, 바라고 원했던 것들, 사랑했던 것들.
이 모든 것들을 놓쳐 버린 것들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미 너무 멀리와 버려서 이젠 그 감정들도 희미해 지고 바래서 포기하고 놓아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거.
후렴구에서도 이런 감정들이 드러난다.
내게도 한번 쯤 가장 빛나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며 잠들 수 없는 밤을 지새워요
사실 나는 이노래 부르면서 많이 울었다. 가사가 ㅠㅠ
볼사는 데뷔 하면서 발매하는 앨범마다 전부 성공을 하면서 정말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성공을 해냈었다.
정말 꿈과 같이 행복했던 몇년.
그리고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과거이면서 상처가된 추억이다.
가사에 몇몇 중의적인 표현들이 있는데
곡의 제목이기도 한 ‘별’ 같은 표현
보통 ‘별’ 이라고 하면 죽은 사람, 떠난 사람을 말하거나 혹은 말 그대로 ‘스타’ 즉 유명해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반면에 태양, 달 들과 비교할 경우에는 멀고 오래된, 수수하고 잔잔한, 따뜻하고 차분한 이런 느낌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사실 별은 워낙 여러가지 상징으로 쓰이기 때문에 문맥을 좀더 봐야하는데
가사에서 별은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대상으로서 그려진다.
하늘의 별이 되면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건 그냥 가사만 놓고 보면
내가 죽으면 누군가 날 기억해 주긴 할까?
이런 느낌을 준다
후렴구의 순서를 바꿔보면 확연히 와닿는데
예전엔 정말 빛나던 순간이 있었는데 이제 그때를 떠올리며 밤을 지새운다. 이젠 내가 떠나고 나면 누군가 날 기억해 주긴 할까?
이런 내용이다.
즉 브릿지 이전의 1-2절 가사는 정말 우우우우울 그 자체.
그런데 브릿지 이후에는 이 별이라는 단어를 좀 다른 느낌으로 사용한다.
내게 하루만더 시간이 있다면 그 땐 마지막으로 한번쯤 뒤돌아 보려 해요
보통 하루만 더 시간이 있다면 이라는 말은 시간이 하루도 없을 때 쓰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뒷 부분이랑 잘 연결이 안된다
이건 그러니까 시간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 마지막 하루가 남은 그때가 되면 이런 뜻이다.
그때 마지막으로 뒤돌아 보겠다는 뜻이니까 이제는 뒤돌아 보지 않겠다는 거다.
흐릿해져 잘 안 보이지만
나는 괜찮아요
별처럼 오랜 시간만큼
빛이 날 테니까요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면 흐릿해 질거라는 말
나는 이제 괜찮다는 말
마지막까지 별처럼 오래 오래 빛날 테니까
그러면서 동시에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는데
흐릿해져서 잘 안보인다는 말은 보통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아 너무 좋아 그냥
그래서 이렇게 마지막까지 와서 후렴구 가사를 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된다면 가끔은 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 까요.
이 부분은 내가 사라진 뒤를 말하는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다짐이 되기도 하는 거다.
그래서 후렴구 가사를 저렇게 배치해 놓은거같다.
그래서 이 별이라는 단어는
과거에 빛나던 나와
지금 모두에게 잊혀진 것만 같은 나와
미래에 오래 오래 음악을 계속해 나갈 나
과거 현재 미래의 세가지 나를 전부 투영하고 있는 대상이다
그래서 제목도 ‘별’
가사도 음악도 너무 좋은 곡이다.
이 별이라는 곡은 2022년 가장 최근에 나온 앨범의 수록곡으로 안지영의 마음이 잘 담겨있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을 계속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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