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있다.
그러면서 과거에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작품들이 외국에서 리메이크가 되는 경우도 꽤나 생겼다.
그런데 이 리메이크라는게 성공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게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실사화 하는 과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왜 그럴까.
이전에 좀비물의 정서라는 글을 통해서 같은 소재라도 문화별로 색깔이 달라지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한적이 있다.
비슷하게 똑같은 작품이라도 문화별로 평가가 달라지거나 인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오늘은 만화의 실사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건데
사실 영화가 실패하는데는 매우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별히 만화의 실사화를 이야기할 때는 원작이 만화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만화의 실사화가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스파이더맨과 같은 미국 마블의 MCU이지만
사실 만화로 가장 유명한 나라는 일본이다.
먼저 미국 만화와 일본 만화는 결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일단 그것 부터 한번 짚어보자.
우리가 보통 접하는 영화는 연극이나 오페라 판소리 경극과 같은 극 문화에 그 뿌리가 닿아있다.
이러한 '극'들은 과거에 카메라도 마이크도 없는 환경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그러한 '전달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각각 독특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대표적으로 두가지 방향성이 있는데
첫번째가 Amplification '증폭' 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판소리가 이런 종류다. 표현하고자 하는 감적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서 증폭시켜서 전달하는 것이다. 보통 연극같은 데서 주로 사용하는 '과장'도 이러한 방향의 한 갈래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Quantization '양자화' 이다. 일본의 가부키가 이쪽 계열이다. 표현하는 감정의 디테일을 단순화 해서 전달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는 현대의 기술들이다 이런 갈래이다.
일단 서양의 극문화는 '증폭' 계열에 가깝다. 만화의 그림들은 캐릭터들의 특징을 부각시켜서 하나의 만화안에서도 캐릭터에 따라서 개성적인 외모를 그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 만화의 실사화는 이미 성공했고 앞으로도 성공할 것 같으니 이건 일단 넘어가자.
그에 반해 일본의 만화는 디테일한 부분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
이게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어떻게 보면 클리셰적인 캐릭터나 전개가 많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읽는 사람이 상상력을 통해서 각자가 더 폭넓게 작품을 즐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은 각각의 문화권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책으로서 만화를 접할 때는 이런 부분들이 장점이 되지만
실사화를 통한 리메이크에 도전할 때는 이런 부분들이 바로 어려운 점이다.
왜냐하면 실사화라는 단어부터 모든 표현을 사실적으로 해야한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과한 표현이나 설정들을 덜어내고 모자란 부분들은 채워넣어야만 비로소 '실사화' 라는 것이 가능해진다.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러나 생략된 것을 채워넣는 것은 단순히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과정의 대표적인것이 정보의 디지털 화이다.
여기서도 알수 있듯 아날로그 정보를 적절하게 디지털화 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본과 디지털화 된것을 조금의 차이는 있더라도 같은 정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LP로 음악을 듣는것과 mp3로 음악을 듣는것의 차이는 있다할 지라도
같은 음악을 듣는다면 누구나 같은 음악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생략된 것을 채워넣는 것은 그 작업을 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채워진 많은 부분들을 사람마다 원작과 다르다고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애초에 원작이 생략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원작에 대해서 사람마다 다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서 이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런 이유로 일본 만화를 실사화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예를 들다가 좀 멀리 온것 같은데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만화라는 매체가 애니메이션이 되면서 마치 영화처럼 시각적인면에서 생략된 부분들이 많이 채워지기 때문에
충분한 기술력만 있다면 실사화 하는것이 쉬울 것 같지만
사실 그 아래 깔려있는 감정과 정서들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실사화가 어려운것이다.
불쾌한 골짜기는 시각적인 측면에서만 존재하는것이 아니다.
만화적인 표현. 만화적인 상황. 만화적인 캐릭터. 만화로만 있을 때에는 어색하지 않아 보이지만
어설프게 그 생략된 상황을 채워서 실사가 되는 순간 불쾌한 골짜기에 빠지기 쉽다.
시각적인 부분은 컴퓨터 그래픽이 발전하면서 얼마든지 채워질 수 있다.
하지만 만화의 실사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디테일한 감정선을 어떻게 채워넣느냐 하는 부분들이 정말 크게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원작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만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게 아니라
그 원작의 많은 팬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공통된 이미지를 잡아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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